이건용 화백,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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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뚝섬의 둑 위에서 비를 맞으며 수채화를 그리곤 했는데, 이게 제 최초의 퍼포먼스일 겁니다. 기후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였는데 빗물과 바람에 번져 묘한 그림이 나오곤 했어요. 동네 애들이 그러면 그림 다 망치지 않냐고 묻길래, 그래서 하는 거라고 답해줬어요. 소몰이꾼은 멈춰 서서 한참을 보다가 젊은 애가 참 안 됐다며 혀를 차고 가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의 반응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 고등학교 1학년 여름에는 그때까지 그린 수채화를 학교 건물 근처 고목 아래에 전부 모아두고 불을 질렀어요. 그런 쓸데없는 짓이라도 하지 않고는 못 견딜 지경이었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의사와 같이 사회에 쓸모 있는 인간이 되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다 보니,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고민을 자주 했어요. 이에 ‘예술이란 예술이 아닌 다른 어떤 개념들과 다른 예외적 개념에 속하며, 그것은 일반적인 가치 기준에 비추어 쓸데없는 짓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때 예술적일 수 있다’는 식으로 예술 개념을 규정했죠. 그림에 불을 지른 건 이것을 실현하고자 한 퍼포먼스였어요.”
- 이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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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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